본문 바로가기

김길남

When a child is born


신발장에 신발이 늘어 갑니다

옷장에 옷이 많아 집니다

부엌에 그릇이 쌓입니다

사기만 하고 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근심이 늘어 갑니다

머리에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몸이 자꾸 무거워 집니다

바라기만하고 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발장의 먼지만 털어 낼 것이 아니라

신지 않는 신발은 버려야 겠습니다

옷장의 옷도 차곡차곡 쌓아 둘 것이 아니라

자주 입는 옷만 두고 정리해야 겠습니다

부엌의 그릇도 사용하는 것만 두고 모두 치워야 겠습니다

삶이란 이렇게 바라기와 버리기의 치열한 싸움입니다

내 마음의 많은 생각들 가운데

내 생활의 많은 일들 가운데 정말 내 삶을 아름답게 하고

의미 있게 하는 것들만 두고 또 버려야겠습니다


좋은생각中에서...





편지는 주소를 정확하게 써야만 받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에게 주소를 가르쳐 줄 때 틀리지 않도록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가르쳐 주게 마련입니다

그렇듯 우리는 누구나 자기가 살고 있는 집 주소는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삶의 주소는 잊어버리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집 주소만 외우고 있을게 아니라

한 번쯤 내가 지금 서 있는 삶의 주소가 정확한가

살펴봐야겠습니다

어쩌면 내가 엉뚱한 곳에 서 있음으로 해서

우리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들을

영영 못 받아 볼수도 있으니까요


이정하 / 편지中 여섯 번째







나는 웬지 잘 빚어진 항아리보다

좀 실수를 한 듯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를 따라와 옹기를 고르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몸소 질그릇을 굽는다는 옹기전 주인의 모습에도

어딘가 좀 빈데가 있어 그것이 그렇게 넉넉해 보였다

내가 골라놓은 질그릇을 보고 아내는 곧장 화를 내지만

뒷전을 돌아보면 그가 그냥 투박하게 웃고 섰다

가끔 생각해보곤 하는데

나는 어딘가 좀 모자라는 놈인가 싶다

질그릇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실수한 것보다는 차라리실패한 것을 택하니


옹기전에서 / 정희성








When A Child Is Born - Boney M

'김길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길남 조각가 인천미협지회장 출마  (0) 2003.12.24
一樹會 전시장에서  (0) 2003.12.23
길....  (0) 200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