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두운 골목길을 걷다가
이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나만 걷고 있었다.
휘파람을 휘휘 불며 가다가
갑자기 나는 멈추어 섰다.
문득 드는 생각,
나는 나의 뒷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는 생각!
내 뒤통수는 어떻게 생겼을까--
내 등은 어떻게 생겼을까? 허리는? 어깨는?
그리고 걸을 때의 뒷모습은?
갑자기 뒷모습에 자신이 없어지면서
내 눈으로 한번 내 뒷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난 갑자기 막 뛰어가기 시작했다.
빨리 집에가서 거울 두개로
뒷모습을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기때문에...
가자,빨리 집에 가서 내 뒷모습을 보자---.
막 뛰어가다가 난 다시 가만히 멈추어 섰다.
내가 발걸음을 옮길 때,
내 발이 움직이는데 맞물려서
그림자가 붙어 따라오는 거였다.
길게 늘었다가 짧게 오무라들었다가 하면서
내 발목을 잡곤 놓아주지 않았다.
내가 집에가서 내 뒷모습을 거울을 통해 본다해도,
거울을 통해보는 것이니
어쩌면, 진짜 내 뒷모습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림자가 나를 잡고 놓아주질 않으니,
그림자는 어쩌면 내가 볼 수있는 내 뒷모습이 아닐까...
그리고 말이다...
내가 내 뒷모습을 못 보는 건,
누군가가 내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내가 잘못한 것,
내가 실수한 것을 말해주는 의미는 아닐지--
그리고 또 그리고,그림자가 있는건 혼자 일때라도
항상 날 지켜보는 또 하나의 내가 있는건 아닐까
결국 자신의 뒷모습을 자신이 못보는
우리는 누군가와 더불어서 살아야 한다는 거고
그림자가 우리에게 각각 하나씩 있는건 혼자 있을때,
언제나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는 건
아닐지...
지금은 밤,
그대들도 그대들의 그림자와 같이 있겠지--
나 역시 그러하므로, 우리는 같이 있는 거다.
글*신해철 <사랑의 날개는 너에게>글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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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 :Losifkobzon-(모래시계)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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