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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러브 오브 시베리아

[영화감상]

  <러브 오브 시베리아>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제정 러시아를 무대로 러시아 사관생도와 미국 여인의 사랑 이야기를 시네마스코프의 웅장한 화폭에 담아낸 '사랑의 대서사시'이다. 사관학교 생활 이모저모를 담은 유머러스한 전반부, 그리고 엇갈린 사랑의 슬픔이 가슴에 시리도록 박히며 끝없는 눈물을 자아내는 애절한 후반부까지. 영화가 넘나드는 감정선은 아찔할 만큼 현란하다.

  의도하지 못한 사랑에 빠져버린 여자 '제인 칼라한', 그리고 사랑의 소용돌이에 기꺼이 자기 자신을 내어 던진 남자 '안드레이 톨스토이'. 이들의 어긋난 운명은 무려 20 여 년의 세월을 거스르며 평탄한 삶을 살고 있는 한 남자의 명예와 인생을 황폐히 무너뜨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준다.

  특히, 20년 후 시베리아를 다시 찾은 '제인'이 가정을 꾸린 '톨스토이'의 흔적을 발견하고 마차를 돌려 거대한 시베리아를 내달릴 때, 그리고 그런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며 허공에 담배연기를 날려보내는 톨스토이의 모습은 가장 깊은 사랑의 파고가 몰아치는, 영화 사상 보기 드문 명 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닥터 지바고'를 본 영화팬에겐 주인공을 태운 기차가 끝없이 펼쳐지는 시베리아 설원을 달려가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 시대를 넘어 명작으로 꼽히는 '닥 터 지바고' 이후 실로 오랫만에 러시아 특유의 풍광을 서정적으로 우려내는 신작이다.

감독은 니키타 미할코프. 1994년 '위선의 태양'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그 이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거장이다. 이번 작품으로 5년간의 침묵을 깨고 세상속으로 뛰쳐나와 반향이 주목된다.


1900년 전후의 제정 러시아가 시대배경. 스크린에 넘쳐나는 온통 새하얀 러시아 설원과 황금빛으로 물든 시베리아의 침엽수림은 그 풍광만으로도 객석을 압도한다. 영화의 주요 덕목으로 영상미를 꼽는 관객이라면 외면하기 힘든 장면들이 연이어진다.


담백한 신념과 헌신으로 살아가려는 순수한 남자. 유혹을 무기로 인생을 헤쳐나갈 준비가 된 영악한 여자. 두 사람이 만나는 운명적인 어느 날 돌풍처럼 들이닥친 사랑은 이들이 나름대로 준비했던 모든 계획을 바꿔놓는다.


러시아 사관생도 안드레이 톨스토이(올레그 멘쉬코프)와 세상물정에 밝은 미국 여인 제인 칼라한(줄리아 오몬드)은 모스크바행 기차안에서 처음 만난다. 톨스토이가 동료들과 함께 교관의 눈을 피해 1등칸에 숨어들었다가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여자 제인과 조우하는 것이다.


제인은 발명가 더글러스 맥클라칸(리차드 해리스)이 '시베리아의 이발사'란 벌목기를 러시아 정부에 납품하기 위해 고용한 미녀 로비스트. 그녀는 사관학교 교장이자 황제의 오른팔인 레들로프(알렉세이 페트렌코) 장군을 유혹하려고 사관학교를 찾았다가 톨스토이와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제인의 미모에 마음을 빼앗긴 레들로프 장군은 어느날 얄궂게도 안드레이를 대동하고 그녀 앞에 나타나 청혼의 연서를 읽게 하지만,연서를 대신 읽어내려가던 안드레이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채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사랑을 빼앗긴 레들로프 장군의 질투가 복수를 낳아 결국 톨스토이는 황제 시해죄라는 죄명을 쓰고 시베리아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시베리아를 다시 찾은 제인이 가정을 꾸린 톨스토이의 흔적을 발견하고 마차를 돌려 거대한 시베리아를 내달리고,그런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허공에 내뿜는 톨스토이의 모습을 담은 장면은 관객의 가슴을 시리게 할 만큼 오랜 여운을 남긴다.


제작비는 580억원. 시나리오는 12년에 걸쳐 집필됐다는 전문이다. 5000명이 넘는 엑스트라들이 동원됐다. 체코 프랑스 포르투갈 등지의 이국 풍경도 볼거리를 더한다. 크렘린궁이 촬영장소로 쓰인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99년 제52회 칸 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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