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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트

새, 그리움 혹은 꿈의 껍질

1.
걸어 다니는 날개를 보셨나요.
하늘을 두고 날지 못 하는 새.
양계장에서 지금 막 인공부화 되는 새.
먹이사슬에 걸려 온종일 거리를 떠돌며 다리를 저는 새.
산그늘이 황량한 도시에 내리면 밤마다 어느 섬을 나는 꿈을 꾸지요.
그리움 혹은 꿈의 껍질.

2.
새로운 생으로 가는 목숨 하나.
오늘을 사는 몸부림을 뒷세상의 가슴에 품는다.
아른아른 어리는 말간 핏줄, 따스한 알 다시 태어나기를 꿈꾼다.
네가 있기 전에는 산도 나무도 꽃도 싹 틔우지 않았듯이, 물결소리 바람소리 흐르지 않았듯이,
슬픔도 기쁨도 없었듯이, 낯선 길은 지상의 말로 다 그릴 수 없는 세상이다.
너를 옥죄이는 육신, 더 잃을 게 없는 빈 손, 빈 가슴이 되었을 때,
물결빛 눈물 얼룩 찬란히 털며, 환한 어둠의 도가니, 바위 껍질 깨뜨리고 나온다.
깃털 한줌 푸드득 하늘 열고, 날으는 빛줄기 하나 지구 밖에 풀어 놓는다.

3.
반들반들한 알몸이 줄줄이 꿰어 있다.
달빛 돋아난 깃, 하늘을 쪼으던 부리, 해보다 먼저 깨어나던 붉은 벼슬,
옛나무가지를 흔들던 발톱, 다 어디로 갔을까.

건너편 지붕 위에 비둘기 두 마리 앉아 있다.
닭집 주인은 구구구 모이를 뿌린다. 날개 위에 날개 날며 비둘기 내려온다.
분홍 부츠에 검은 패티큐어가 씨앗을 찍어 먹고 있다.

언제 쯤일까. 통닭집 주인 남자 그 굵은 손아귀에 잡혀 구워진다는 것을 알게 될 날은.
하늘 휘파람 소리 듣게 될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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