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외수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 해도 나는
아직 바람 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주지 않는다
빌어먹을 낭만이여
한 잔의 술이 한잔의 하늘이 되는 줄을
나는 몰랐다
젊은 날에는 가끔씩 술잔 속에 파도가 일어서고
나는 어두운 골목 똥물까지 토 한 채 잠이
들었다
소문으로만 출렁거리는 바다 곁에서
이따금 술에 취하면
담벼락에
어른거리던 나무들의 그림자
나무들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나는 울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리석다
사랑은 바다에
가도 만날 수 없고
거리를 방황해도 만날 수 없다
단지 고개를 돌리면 아우성치며
달려드는 시간의
발굽소리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흐린 날에는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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