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광스님 프로필
새벽 1시...
밤 잠 없는 핑계로 살랑한 봄바람에 귀 씻으러 나서는 길
하루종일 주절주절 말같지 않은 말의 소음에 시달려
말 끊어짐에 오히려 멍해지는 시간..
중광스님의 발인이라..
먼저 하늘 소풍 떠나신 천상병시인과 더불어
당대를 풍미한 기인이시라...
그 뒤를 이어 이외수님...
잘 살았다기보다는 참 개성있게 살아서
자신만의 삶을 살다 간 분이리라
젊은 나이에 법력을 인정받아 불교계의 촉망을 받던 시절
문득 방석을 떨치고 내려와 속세를 선계처럼 누비며
온갖기행...이름하여 無碍行...
그리고
그분의 그림은 곧 禪이었다
종단에서 파문 당하여
세상을 훔치는 걸레를 자청하며
승복을 입은채 사시다가
이제는 속세의 병원 영안실에 누웠지만
싸구려 향내대신 자신을 알아주던 사람들의
안타까운 땀 냄새 맡으며
자신의 영정앞에 따라논 술잔을 벌름거리신다
자학이었을까? 해탈이었을까?
감히 참자유를 입에 올리지는 못한다...
5일장에 지친 사람들이 여기저기 누워있고
조문객도 뜸한데 젊은 외국여성 한 명이
조심스럽게 영정 앞으로 다가가 향을 피워 올린다
저 낯선 이국 여인은 어떤 인연으로 이곳에 왔을까?
살아있는 동안 낯설게 만나 익숙할 때 쯤 떠나보내는
서글픈 인연...그래서 부처님이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만나도 그 자식을 죽여 그 보냄의 슬픔을 이겨내라 했던가?
그래도 슬픈건 슬픈게다
슬퍼서 인간 아니던가? 다만 .추스를뿐....
작은 리무진이 앞서고 그뒤를 따라
몇대의 버스가 양산 통도사로 향한다
그곳에서 다비식이 이루어 지고
종단 관계자들의 쉬쉬속에
몇 몇 호사가들의 입방아로 사리 몇과가 회자될 것이다
그렇게 살아있다는게 다음 차례라는걸 알면서도
또 까무룩 잊은채 살아가리라..
진정 그분이 마음이 아닌 가슴으로 사랑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답답하여라...
말년의 그분을 극진히 돌보았다는 두 여인...
더 이상의 파행(?)을 끝끝내 지켜준 비구니 한 분과
속세를 놓아버린 그분의 몸을 거두고 보살펴준 또 한 여인
중광스님은 그녀를 어머니라 불렀다던가?
어머니...그 무한의 감쌈이여!...
폭신한 봄 길을 걸어 환생으로 가는 사람
아지랑이따라 사뿐이 오르고
남은 사람 애잔한 걸음이 더디다...
잘 해야지..잘 살아야지...
어떤게 잘 하는 것이고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건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떻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걸 안다면 족하리라
스님!
다시 오신다면 이번엔 여자의 몸으로 오시고
이꼴 저꼴 다 보기 싫으시면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
- 양산 통도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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