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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안미숙_게시판

푸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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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그림 : 천경자님의 청춘의 문






John Morris - The Elephant Man Main Th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