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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안미숙_게시판

고흐의 편지 (5) - 테오에게

고흐의 편지 (5) - 테오에게

(빈센트가 자살한 당일까지 지니고 있었던 편지)



너의 염려해 주는 편지와 같이 동봉한 50프랑의 지폐, 고맙다.

갖가지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헛수고라 생각해 버렸다. 신사들이 네게 대해 여러 가지로 편의를 돌봐주기를 바라고 있다.

너의 가정이 무고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놓는다. 좋은 경우나 나쁜 경우도 상상하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5층집에서 아이를 기르는 것이 네게나 조에게 얼마나 중노동이 될까 하는 것은 십분 짐작이 간다.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으면 무엇보다도 물론 다행이지만.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에 어째서 내가 이렇게 집착할 필요가 있겠는가. 사실 더욱 머리를 냉정히 하여 장사 이야기라도 할 수 있게 되려면 아직도 아득한 일인 것 같다. 현재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고, 이미 그 말을 전했다고 생각되지만, 그 사실에 어느 정도의 공포를 가진 채 자각하고 있었으며, 별로 숨기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다른 화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거나 간에 무의식적이나마 실제 장사의 일과는 아주 동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 틀림없이 우리들은 자기들의 그림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나의 아우야, 이런 말을 언제나 네게 했고, 최선을 다하자고 끊임없이 바라던 내 생각을 진지하게 다시 한 번 전하겠다. 거듭 말하거니와 너는 단지 코로의 그림을 파는 화상과는 전혀 다르며, 나를 통하여 많은 그림 제작에 관여하고 있는 셈이니까, 비록 네가 파산한다 하더라도 안심하고 있어도 된다.

관련성 있는 위기에 즈음하여 이와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네게 그 말은 적어도 중요한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현지 실존하고 있는 예술가나 과거의 예술가의 그림과 화상과는 지금도 완전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렇다. 나는 자신의 일을 위해서 목숨을 내던졌으며, 내 이성을 반쯤 잃어버리면서까지…….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한 너는 화상답지가 않다. 너는 동료일 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제로 사회에서 활동한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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