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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안미숙_게시판

고흐의 편지 (4) - 테오에게

고흐의 편지 (4) - 테오에게

(이 편지는 페이지 중간에서 중단되어 있다.)



네 편지와 함께 동봉한 50프랑 고맙다. 보크와 내가 작품 교환을 한 것은 무척 잘한 일이라 생각하며, 지금쯤 그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

조가 건강치 않다고 들었는데, 몸 상태는 회복이 되었는지? 그렇지만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와다오. 이 곳의 자연은 아름답고 아주 멋있다. 그리고 나는 너희들을 만나고 싶어 견딜 수 없다.

페롱 씨는 이틀 전에 편지를 보내왔다. 그 편지를 여기에 동봉한다. 보이들에게는 10프랑 정도 주면 충분하다고 말해두었다.

이제 방금 그쪽으로부터 그림이 도착했다. <창포>는 건조가 잘 되었고, 너도 무엇인가 그 그림에 느껴 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미> <보리밭>, 산을 그린 작은 그림, 그 외에 <별이 빛나는 측백나무>가 있다.

이번 주에는 열 여섯 살 정도의 소녀 초상을 그렸다. 파랑에 대하여 배경도 파랑이다. 모델은 내가 묵고 있는 하숙집의 딸이다. 그 초상화를 그 아가씨에게 주었는데, 15호의 캔버스로써 다시 너를 위해 그 대용 그림을 완성시켰다.

또한 길이 1미터에 폭 50센티의 갈다란 그림 한 점이 있다. <보리밭> 그림으로는 그 짝이 되는 또 다른 한 점이 있다. 그것은 숲인데, 포플러의 라일락빛 나무줄기와, 몇 종류의 초록빛 풀은 장밋빛, 노랑, 하양 등의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밤의 효과에 대해 그렸는데, 노란 하늘에 대하여 새까만 배나무가 두 그루 있고, 보리가 보랏빛을 띤 안쪽에는 어둔 초록빛으로 둘러싸인 저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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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네덜란드인은 무척 정력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의 견해에 의하면 아주 개성적인 데가 있다고 과신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체적으로 보면 케닝이 하고 있던 것 같은 습작을 그리는데, 다소의 잿빛, 그리고 초록, 빨간 지붕, 하얀 길이 있다고 하는 등의 식이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만약 그가 돈을 가지고 있다면 물론 별문제 없이 유화를 그리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나 그림을 팔기 위해서 농간을 부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비교적 비싼 값으로 그림을 강매당한 것처럼 그가 유화를 하기 시작한 것에 동정한다. 하지만 만일 여기서 매일 힘을 내서 제작을 계속할 수 있다면 그는 언젠가 목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멍하니 있거나, 거의 제작하지 않는 화가와 같이 있어가지고는, 틀림없이 대단한 작품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내주에는 가쉐 양의 초상화를 그릴 생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골 아가씨를 한 명 구해 포즈를 취하게 할지도 모른다. 보크가 교환해 준 것은 매우 기쁘다. 친구 사이기 때문에, 그쪽은 전보다 그 그림에 비교적 비싸게 치른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래도 조금 더 있다가 파리에 며칠 동안 틈을 내어 가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말하면 쿼스트, 자낭, 그 밖에 한두 사람을 만나보기 위해서인데, 틀림없이 교환할 방법이 있으므로, 네게 쿼스트의 작품이 한 점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가쉐 씨는 남프랑스의 그림을 오늘 보러 온다.

아기의 장래를 축복하고, 너와 조를 생각하면서 악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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