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살갗을 스칩니다...
문득 눈 들어 바라본 하늘에 잿빛 햇살이 보였습니다...
이렇게 계절은 서둘러 떠날 준비를 하고,
보내는 사람의 마음은 또 한번 애틋한 가슴앓이로 작아져 갑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라면서...
<여름 앞에서...>
펼쳐놓은 '칼릴 지브란'의 시집 위로
나른하게 쏟아져 내리는 휴일의 여름 햇살...
눈에 익은 방안은 고요와 평화로 한가롭고,
눈은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에 시리고,
마음은 청아한 하늘의 구름 같이 유유하고 따사롭다.
오늘 아침은 물먹은 옷가지를 대바구니 위에
질척하게 걸쳐놓은 폼새처럼
온몸이 푹 꺼져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느 사이에 여름이 이토록 빨리 내 곁에 왔던가.
쉼없이 변화되어온 계절은,
냉기를 토해놓던 반 년 전의 세월을 서슴없이 지나
금세 온 산에 한여름 짙은 푸르름을 수놓고 있다.
은은한 파스텔조의 색채를 띄며 과시하듯 피어나던 연초록 새순이,
이제 어느덧 검푸른 색조를 머금고 그 성숙함을 맘껏 뽐내고 있는 것이다.
아...
그 싱싱함이여...
활기며 열정이여...!
너의 몸짓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살아있다는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설렘이었다.
불끈 쥔 주먹에서 힘은 살아오르고,
야수의 갈기 같은 자유로움은 생명의 근원임을 충분히 일깨워 주었다.
바람을 향해 서 있는 네 튼튼한 심장은,
그 무엇이 두려움이며 아픔이며 좌절이랴...
모진 태풍에 어쩌다 찢기워져 상처가 남았다한들,
네 울컥 튀는 생그러움 앞에서는 한낱 먼지에 불과한
덧없는 흔적뿐인 걸...
널 향한 내 열망어린 삶의 카테고리는,
길고 튼튼한 뿌리를 뻗으며 땅 속 깊숙히 몸을 숨기고,
조금은 허허로운 그루터기 한 곁 메마른 가지에
환희의 꽃을 피우게 하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여름 더위에 더욱 팔팔하게 살아오르는 열정이 있으니,
내게는 네 모습이 위로며 안식이었다.
포효하는 바다의 선굵은 파도 같은 감정의 휩쓸림도 있겠지만,
그 파도 밑에서 조용한 흐름을 주도하는 이성의 냉정함 또한,
이 계절 내 가슴 안에 보듬어 두는 비밀한 안정제다.
그러나...
너는 또 가겠지...
내 소망이 담긴 아릿한 손길을 모르는 척,
내 한숨이 담긴 그늘진 눈물을 모르는 척 그렇게...
뒤돌아 가는 네 등 뒤에서,
내가 뿌려야 할 슬픔이 강을 이루고, 그 산을 덮고,
저 먼 하늘 위까지 차오를 때...
또다시 똑같은 모습으로 날 찾아올 그대...
변함없이 푸르른 너의 모습 앞에서,
나는 어쩌면 황량한 웃음 말없이 짓는 가을이 되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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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일의 어느 날에...채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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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대홍: 채린님 오셨군요 제가 총무 맡고 있는 한국신묵회 정기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3일부터 오픈했답니다.
시간 있으시면 한번 관람 하러 오셨으면...합니다. [08/14-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