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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안미숙_게시판

3월



     3월 / 장석주


     얼음을 깨고 날아가는 쇄빙선같이
     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
     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자가 얹혀지지 않는 머리처럼
     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저 3월의 햇빛에서는
     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산수유 나무는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드리고
     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3월의 햇빛 속에서
     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
     부끄러워 하자
     그 부끄러움을 뭉쳐
     새 슬픔 하나라도 빚어낼 일이다


     Secret Garden - a sad story...sadly...sa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