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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안미숙_게시판

고흐의 편지 (2) - 테오에게

고흐의 편지 (2) - 테오에게

오늘에야 비로소 네가 아버지가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조도 가장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아기도 건강한 모양이더구나. 나는 말로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잘 됐다. 어머니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니. 그저께 어머니로부터 매우 명랑한 긴 편지를 받은 뒤이다. 모두가 오랫동안 내가 기다리고 있던 일이다. 물론 최근 며칠 동안은 너희들의 집안 걱정을 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해산 전야에 조가 수고스럽게도 편지를 보내주어서 정말이지 감격했다.

위험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얼마나 용감하고 침착성을 간직한 행동이냐. 제수 씨에게 크게 감탄했다. 그 덕분에 내가 아팠을 무렵의 마지막 며칠을 잊는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 무렵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고 머리가 완전히 혼란되어 있었다.

네가 보내준 내 그림에 대한 기사를 보고 무척 놀랐다. 네게 되풀이하여 말할 것도 없이 나는 그런 모양으로는 그리지 않았으나 오히려 어떤 식으로 유화를 그리면 좋은지 크게 참고가 되었다. 그런 뜻에서 비평은 참으로 적절했다. 공간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하는 것을 나타내고, 아마 집필자의 진실된 의도는 나를 이끌어주기 위함이라기 보다도 오히려 다른 인상파 친구들을 위해 좋은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아주려는 것이었으리라. 나를 하나의 집단이라 보고 나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도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도록 주의를 주고 있는데, 그처럼 불완전한 나의 작품을 저기가 좋다, 여기가 좋다 하고 지적해 주어서 나로서는 마음 든든하고,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일을 이룰 수 있을 만큼 나의 몸은 튼튼하지 못하고 주로 나에게 언급된 비평은 아니었지만 말할 나위도 없이 치켜세우기도 했는데, 언젠가 아이작슨이 있는 기사에서 너의 일을 유리하게 쓰고, 최근에는 예술가끼리의 싸움이 줄어들고 몽마르트르 거리의 작은 가게에서는 침묵 속에 진지한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고 과대하게 씌여져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다른 말로 표현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 마치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 그러나 아이작슨이나 다른 비평가가 용감한 것을 헐뜯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 쪽은 잠깐 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뿐이고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그냥 서 있는 것이 의무겠지.

만일 네가 나의 일로, 어떤 종류의 소문이 난다면 가능한 한 냉정한 태도로 침착하게 있지 않으며 안 된다.


더구나 나의 <해바라기>에 대하여조차 코스트의 멋지고 완전한 접시꽃, 노란 빛깔의 창포, 자낭의 아름다운 작약에도 해당된다고 말할 수 없을까? 너도 예측할 수 있겠지만 찬양에는 메달의 앞뒤와 같이 뒤가 있는 법이다. 어쨌든 그 기사에 감사하고 있고, 잡지에 있던 노래와 같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기사도 훈상(勳賞)처럼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기사에는 미술 비평으로서의 본래의 가치고 있고, 나도 그것을 인정하지만 작자는 수준을 높여 종합적인 귀결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의 새 가정을 예술적인 분위기로 어지럽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구피르 영감은 파리의 가시밭 길에서 능수 능란하게 일을 잘 했고 네게도 여러 가지 추억이 될 것이다. 그 후 사태는 여러 가지로 달라지고 지금으로서는 냉담하리만큼 오만한 거에 놀라겠지만 몇 번의 파란에 견뎌온 힘은 대단하다.


고갱은 불분명하지만 자기와 한과 나의 명으로 아틀리에를 만들겠다고 암시했다. 그러나 그는 우선 통킹으로 가겠다는 그 과도한 계획을 실현하는 데 전념하리라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그는 유화를 계속할 생각을 침착성을 되찾았다. 과연 통킹 같은 곳으로 날아갈 만한 사내이고 어느 정도 발전을 필요로 하는 사내이지만 상당히 소심하다 - 예술가의 생활이므로 - 다소 올바르기는 하지만. 몇 번의 여행을 경험했으니까 그다지 비난할 것도 없고.


우리들을 너무 기대하지 말고, 우리가 그의 친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 아마 기대도 안하겠지만, 그는 매우 빈틈이 없고 작년보다 입이 무거워졌다. 또 한 번 러셀에게 편지를 보내서 고갱 일을 생각나게 해주었다. 러셀도 매우 착실하고 사래답고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고갱이나 러셀도 마음속으로는 소박하고 야성적이 아니다. 본래부터 먼 전원의 어떤 종류의 타고난 부드러움을 우리들 이상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고갱을 볼 때에는 다소 그렇게 생각해두어야 한다. 이른바 밀레의 페이지를 얼마간 계속 번역하는 것이라면, 남으로부터 비판받는 것은 상관없으나 모사를 했다고 떠벌리고 훼방하거나 방해를 받게 해서는 곤란하다 -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러셀이나 고갱과 같은 예술가에 의하여 이 일의 목적에 합치된 지도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네가 보내준 것과 같은 밀레의 작품, 그것은 나의 기호와 꼭 들어맞는데, 그것을 원본으로 하여 모사를 하기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사진을 한 움큼 집어서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러셀에게 보내고 말았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네게 곧 보낼 작품에 대하여 우선 너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서는 그릴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양심적으로 불안하고, 표절은 아닌가싶어 마음에 걸린다. 지금은 아직 안 되겠지만 앞으로 몇 달 정도 있으면 도움이 될지 어떨지 분명한 러셀의 의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러셀이 화가 나서 폭발할 때면 무엇인가 진실된 것을 말하는데, 그것이 때때로 나에게 필요하다. <성모>에서는 너무도 충격을 받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곧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고 느꼈다. 지금은 병 때문에 완전히 감상적으로 되어 그런 걸작의 번역은 불가능하다. 그리기 시작한 <씨 뿌리는 사람>은 중지한다. 그런 모양으로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했는지도 모른다. 병석에 있어도 이 작품을 계속하고 싶다고 바라고 있었고, 내가 그것을 그릴 때에는 냉정해질 수 있으니 머지않아 네 손에 들어갈 대여섯 점의 완성된 작품에서 보아다오.

로제 씨가 오리라 생각하는데, 꼭 알고 지내고 싶다. 그가 프로방스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의 의견을 신용하지만 다른 친구와 마찬가지로 이미 다된 것을 말하지 않고 앞으로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 것인가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측백나무가 있는 풍경은 정말 귀찮은 존재다! 오리에 역시 검정도 색채의 일종으로 불꽃을 생각나게 한다고 말하는데 - 나도 깊이 생각해보고 있지만-그렇게 뻔뻔스러워 질 수는 없다고 사려 깊은 아이작슨은 말한다. 아름다운 것을 그리는 데는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미지의 빛이든가, 어느 정도의 영감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아직 우리들은 그런 모양으로는 느낄 수 없다. 내가 그 <해바라기>를 완성했을 때 그것과 어울리는 반대의 것을 추구하며 말했다. 바로 '측백나무'라고. 이제 그것을 그쯤 해둔다. 한 친구가 늘 아파서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을 듣고 걱정이 되어 가보려고 생각한다. 노랑과 검정의 초상화에 있는 바로 그녀였는데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신경증과 조로에 의한 고통스런 표정에 참으로 가슴 아팠다. 요전번에는 늙은이 같았고, 반 달쯤 지나 또 만나자고 약속했으나 다시 발작이 일어나 버렸다. 그리고 나는 너로부터 반가운 편지를 받았고 그 기사나 그 외에 여러 가지 일들을 알려주어 고맙게도 지금으로서는 완전히 자아을 되찾았다. 사르 씨가 너를 만나지 않아서 섭섭했다. 다시 한 번 거듭 위르의 친절한 편지에 감사한다. 오늘 답장을 보내고 싶었으나 며칠 더 미뤄야 할 것 같다. 어머니께서 암스테르담에서 긴 편지를 주었다고 전해주기 바란다. 어머니도 틀림없이 기뻐하실 것이다. 이 편지를 끝맺음에 있어서, 마음만이라도 너희들과 함께 있고 싶다. 조가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았으면 좋겠구나. 아기는 왜 아버지를 기념하여 테오라고 부르지 않는지? 나는 그러는 편이 훨씬 좋으리라 생각하는데, 악수를 보낸다. 만일 올리에 씨를 만나면 우선 기사에 대하여 감사해 한다는 말을 해다오. 올리에 씨 앞으로의 습작 한 점을 너에게 부탁한다.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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