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천아트페어2/인천아트페어3

미술시장이 뜨겁다?

아트펀드·공연펀드 속속 등장 … 예술계 뭉칫돈 득 될까 독 될까
중앙일보 2007-01-26 07:53
[중앙일보 박지영.최민우 기자] 미술계와 공연계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돈이 될 만한 미술품과 공연 작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일명 '아트펀드'와 '공연펀드'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미술에선 지난해 9월 75억원 규모의 '서울명품아트사모펀드'가 첫선을 뵌 뒤 이달 16일엔 100억원 규모의 '스타아트사모펀드'가 나왔다.


공연계에선 약 100억원대의 공연펀드가 이달말쯤 출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펀드를 통한 자금의 유입이 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특정 작가나 스타.작품에 돈이 몰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현황=굿모닝신한증권과 표화랑이 손잡고 지난해 9월 내놓은 75억원 규모의 '서울명품아트사모펀드'. 이른바 '블루칩 작가'로 불리는 백남준.김흥수.김창열 등 한국 작가, 위에민준.쩡판츠 등 중국 작가의 작품 위주로 65억원어치 그림을 구매, 적절한 시점에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 3년반 만기에 예상수익률은 10%다.


2호 펀드인 '스타아트펀드'. 박영덕화랑 등 다섯 개 화랑이 연합해 설립한 한국미술투자㈜와 골든브릿지 자산운용이 손잡고 내놓았다. 3년반 만기에 예상 수익률은 17.36%다. 김창열.전광영.이우환 등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매매해 수익을 낼 계획이다.


미술품 시장은 소위 부유층의 고상한 취미로 인식되던 과거와 달리 몇해 전부터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떠올랐다. 증권.금융.부동산에 이은 '제4의 투자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옥션과 K옥션의 경매 총액은 630억7000만원으로 2005년 168억원에 비해 무려 250%나 증가했다. 서울옥션의 분석 결과 국내 블루칩 작가 15명의 지난 7년간 평균 수익률이 12%. 웬만한 은행 적금 이자보다 나은 결과다. '스타아트사모펀드'에 참여한 박영덕화랑의 박영덕 대표는 "투자수익 결과는 펀드가 종료되는 시점에 나오겠지만 시장의 성장세를 봤을 때 목표치를 달성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국내 최초의 공연 전문 펀드는 중소기업청 등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한국모태펀드(Korea fund of funds)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질 예정이다. 현재 엠벤처투자와 IMM인베스트먼트 두 곳이 운영사로 1차 심사를 통과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 100억원 규모의 공연 펀드가 형성돼 뮤지컬과 콘서트, 클래식 공연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엠벤처투자의 김지웅 본부장은 "현재 한국 공연 산업은 최근 5년간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특히 영화가 짧은 기간에 승부를 거는 데 반해 '오페라의 유령'이 영국에서 20년간 장기 공연되는 것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공연 펀드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장점-시장의 활력소


아트펀드는 경매나 화랑, 단독 아트페어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고 판매한다. 이에 따라 그간 화랑과 경매사 위주의 미술품 판매 구조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또 건당 100억원 안팎 규모의 돈이 몰리면서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져 미술 시장이 여느 때보다 더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은 "삼성 반도체가 성장하면서 LG와 현대도 반도체 시장에서 동반 질주하고 있다. 시장 자체가 커지면 기존 스타작가뿐만 아니라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에게도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펀드의 탄생에 대해서도 공연계는 두 손 들어 반기는 모양새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공연 프로덕션 대부분이 영세업체인 탓에 투자사 없이 은행으로부터 무리한 대출을 받아 허덕대곤 한다. 공연 펀드가 생기면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해져 제작사에서도 돈 끌어 모으는 데 전력하기보다 제작에만 집중, 작품 질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점-빈익빈 부익부?


일반적으로 펀드는 운용사가 돈이 될 만한 곳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그러나 아트펀드는 미술품 투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운용 방식이 좀 다르다. 영국 파인아트펀드는 미술 분야의 전문가와 금융 전문가가 함께 논의해 위원회에서 최종 낙점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국내에 출시된 두 개 아트펀드는 화랑이 투자를 담당한다. 이에 대해 화랑의 전속작가나 관계가 좋은 작가 위주로 작품을 선정할 경우 작품 가격이 인위적으로 오를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수익 위주로 작품을 고르다 보면 '블루칩 작가' 작품에만 관심과 돈이 몰리고 나머지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희대 최병식(미술학부) 교수는 "펀드.경매 등을 통해 스타 작가들이 뜨면서 정말 열심히 하고 실력 있는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미술 시장이 발전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찾아내고 지원하는 것도 미술시장의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공연 펀드 역시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는가만을 따져 결국엔 배우 개런티만 높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순천향대 신문방송과) 교수는 "자본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선 환영할 일이지만 펀드 운영사는 배우가 아닌 작품을 고를 줄 아는 안목을 가져야 공연 시장 확대의 든든한 토양을 조성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지영.최민우 기자 naz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