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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그리움 혹은 꿈의 껍질 1. 걸어 다니는 날개를 보셨나요. 하늘을 두고 날지 못 하는 새. 양계장에서 지금 막 인공부화 되는 새. 먹이사슬에 걸려 온종일 거리를 떠돌며 다리를 저는 새. 산그늘이 황량한 도시에 내리면 밤마다 어느 섬을 나는 꿈을 꾸지요. 그리움 혹은 꿈의 껍질. 2. 새로운 생으로 가는 목숨 하나. 오늘을 사는 몸부림을 뒷세상의 가슴에 품는다. 아른아른 어리는 말간 핏줄, 따스한 알 다시 태어나기를 꿈꾼다. 네가 있기 전에는 산도 나무도 꽃도 싹 틔우지 않았듯이, 물결소리 바람소리 흐르지 않았듯이, 슬픔도 기쁨도 없었듯이, 낯선 길은 지상의 말로 다 그릴 수 없는 세상이다. 너를 옥죄이는 육신, 더 잃을 게 없는 빈 손, 빈 가슴이 되었을 때, 물결빛 눈물 얼룩 찬란히 털며, 환한 어둠의 도가니, 바위 껍질 깨.. 더보기
* 장미가 담 밖으로 ... 장미 줄기가 담 밖으로 노출하여 눈 높이로 노출하여 길 가는 남자의 눈을 찌를까 걱정이다. 배회하는 여자를 눈 멀게 할까 걱정이다. 장미 가시에 찔려 이미 다친 사람의 치유된 상처가 도질까 걱정이다. 더보기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 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뿐 외눈박이 물고기 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더보기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하늘의 별로서 슬픔을 노래하며 어디에서나 간절히 슬퍼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슬픔처럼 가난한 것 없을지라도 가장 먼저 미래의 귀를 세우고 별을 보며 밤새도록 떠돌며 가소서 떠돌면서 슬픔을 노래하며 가소서 별 속에서 별을 보는 나그네 되어 꿈 속에서 꿈을 보는 나그네 되어 오늘밤 어느 집 담벼락에 홀로 기대보소서 더보기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 더보기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피었던 꽃이 어느 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 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더보기
바람에도 길이 있다 -- 천상병 바람에도 길이 있다......... .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더보기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異國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어 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짬, 라이너 마리아 릴케.. 더보기